1. 품행장애의 정의와 발생이유
보통 18세 이전에 발생하는 품행장애는 학령기 또는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 중의 하나이다.
보통 그 연령대에 지켜져야 하는 사회적, 도덕적 규범을 어기는 행동을 하거나, 거듭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 보편적인 특징이며,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본인의 사회적, 직업적인 영역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주변 상황이나 환경을 인식하는 능력도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로 인해 평범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껴 계속하여 자극적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사건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행위만을 쫓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품행장애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사회 경제적 요인과 관련이 깊다는 의견이 타당성을 얻고 있으며, 아동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정에서 자라거나, 우범 가능성이 높은 동네에서 자라거나 또는 가정 또는 주변인들 사이에 와해가 있는 환경에서 자란 경우에 품행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보통 유전적, 심리 사회적, 생물학적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품행장애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유전적 요인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알코올의존증 등을 가진 부모에게서 기질을 물려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단순히 유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며 환경적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사회적 요인으로는 양육자의 고압적이고 그릇된 육아 방식, 가족구조의 변화 등에 따른 불안정한 양육환경, 양육자의 반사회적인 성향과 정신질환 등이 아동의 품행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청소년 스스로 주변 사회나 환경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이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을 경우, 이웃과 학교, 대중매체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 등도 품행장애의 주요 요인으로 해석된다. 보통의 품행장애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병하다가 어느 순간 타인의 감정이나 권리를 해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남아의 경우 10~12세, 여아의 경우는 보통 14~16세 이후에 발병하며 비교적 여아보다는 남아에게서 증상이 빠르게 발견된다.
2. 품행장애의 증상
품행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은 매우 여러 가지 방식의 공격성을 나타내는데, 주변 타인에게 예의에 어긋난 언사를 한다든지, 극도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동물이나 자신보다 약하다고 판단되는 존재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 성인에게 반항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으며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행동의 구체적인 예시로서, 이유 없이 등교하지 않거나, 흡연이나 음주, 문란한 생활을 하거나, 약물중독, 거짓말을 반복, 가출을 감행하는 등 반사회적인 행동양식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 또는 타인의 재물을 손상하거나, 심한 경우 절도하기도 하며,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또래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패싸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상대적으로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느끼는 상대에게는 더욱 폭력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타인과는 허울뿐인 관계만을 맺고 유지하는 반면, 타인에게 열등감을 많이 느끼고 정작 자신은 타인의 욕구나 감정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들로 인하여 사회적인 제재를 받게 되면 분노를 표출하며 문제를 더욱 키우기도 한다.
3. 품행장애의 진단
보통 10세를 기준으로 발병시기에 따라 품행장애는 두 가지로 나누어지며, 10세 이전에 발병한 경우를 '소아기 발병형', 10세 이후에 발병한 경우 '청소년 발병형'으로 지칭한다. DSM-5(미국 정신의학 협회에서 발간한 정신질환의 분류 및 진단절차 통계 매뉴얼의 5번째 개정판)에서는 다음과 같은 증상이 지속적(최소 12개월 이상)이고, 복합적(3가지 이상의 행동양식)으로 나타나거나, 적어도 한 가지의 행동 양상이 반년 이상 지속되었을 때 품행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고 정의하였다.
첫 번째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고, 타인의 사회적 권리를 침범하며, 또래에 맞지 않는 행위, 즉 사회적인 규칙이나 암묵적인 약속 등을 어기는 행위를 연속적으로 보이는 행동, 구체적으로는 타인이나 자신보다 약한 동물을 상대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타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 또는 절도를 저지르거나, 여타 도덕적인 규범을 의도적으로 어기는 등의 행위가 나타날 경우
두 번째는 스스로 부정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사회, 대인관계, 학업, 더 나아가 직업에까지 영구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경우이다.
세 번째, 만 18세 이상의 성인인 경우, 반 사회성 성격장애의 진단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아야 한다.
품행장애는 그 발병 시기에 따라서도 유형을 나눌 수 있으며, 가장 가벼운 단계에서는 지금까지 품행장애로 진단되기 위해 요구되는 문제행동이나 언행이 매우 적고, 타인에게 단지 불쾌감을 주거나, 경미한 해를 입히는 정도를 말한다. 이와 반대로 품행장애로 진단될 수 있는 공격적이나 문제가 있는 행동 또는 언사를 매우 빈번한 횟수로 나타내며, 타인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매우 심각하여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때 '심각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그 횟수나 타인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강도가 '가벼운 정도'보다는 빈번하지만, '심각 정도'보다는 경미한 경우 '중간 정도'로 나눌 수 있다.
4. 품행장애의 예후
보편적으로 16세 이후에는 품행장애가 잘 발생하지 않으며, 보통은 16세 이전 학령기에 나타났다가 치료가 된다. 경과가 좋은 경우는 품행장애는 여러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으며 경미하게 나타났다가 치료가 된다. 이런 경우 아동의 사회적 인지능력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범주 안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예후를 짐작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대부분의 품행장애는 성년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증상의 호전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부모 또는 주변 가족의 심리적 지지가 미미하거나, 증상의 발생이 어린 나이에 이뤄지거나, 또래와 적응이 어려워 대인관계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고, 선천적 또는 후천적 환경의 영향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 성년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5. 품행장애의 치료
품행장애는 개선을 위한 환자의 심리적 동기가 낮은 탓에 치료관계를 만들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단편적인 치료방식으로는 개선이 매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보다 다양한 방식의 복합적인 치료가 요구되며, 가족 등 주변인들과 품행장애 아동이 속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치료개입은 물론, 직접적으로 품행장애의 행동을 교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주변인들이 보편적인 행동 규칙을 정하여 다양한 반사회적으로 교정하도록 돕는 것도 증상의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 안에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심리적으로 지지를 지속해서 느끼게 해 줌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자제력을 키우고, 자신감 또는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사회적응에 대한 올바른 행동양식을 익힐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