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인 뿌리가 전혀 다른 사람들 간의 왕래가 장기적으로 일어나 서로 상호 간의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로써 나타나는 변화를 우리는 문화 적응이고 일컫는다. 정착 국가에 대한 이주자의 적응 정도는 본인의 출생 국가와 정착 국가의 사회문화적 차이, 정착의 동기, 이민국과의 태도와 이민자에 대한 정책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이민 직후 이주민들은 생경한 문화적 관습과 낯선 언어에 대하여 배우는 등의 정착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에 따라 그 나라에 맞는 예절이나 행동을 익힐 것을 요구받게 되는데, 정착 국가 내에 이주민의 적응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강도가 강할 경우, 이주민들은 문화 적응을 하는데 다소 어려움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주민의 문화 적응과 그에 수반되는 이주민의 정신건강 문제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주민들이 겪게 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단순히 본인이 나고 자란 문화와는 전혀 다른 낯선 문화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스트레스와 연관을 지어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맞추어가는 과정에서 개인이 겪게 되는 다양한 정신적 문제들과 이에 적응하는 개인이 가진 내적 또는 외적 요소들과의 상관관계를 감안하여 생각하여야 한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문화를 익혀야 함과 동시에, 한국의 사회문화적 상황들도 살피고 익혀야 하는 복합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어서, 이는 여타 다른 이주민 집단과 비교하면 더 많은 스트레스의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정신건강의 문제에 노출될 수 있으며, 심각한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도 높이 평가된다.
현재 국제결혼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이주여성은 2010년 이후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으나, 최근 다시 소폭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됬다. 특히 우리 사회가 결혼 이주 여성의 정신건강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올바른 정신건강 문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은 결혼을 통해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동시에 여러 가지의 역할에 대한 적응을 요구받게 된다.
그 첫 번째는 배우자에게 요구받는 아내로서 역할이며, 두 번째는 배우자의 가족에게서 요구받는 며느리로서 역할, 세 번째는 자녀 출산과 더불어 발생하는 어머니로서 역할 등이다. 그로 인하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환경에 대한 적응과 더불어 가족 내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적응 등의 문제가 중첩되어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그에 반응하는 본인의 역량에 따른 괴리는 이들 여성의 정신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들은 다음과 같이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새로 형성한 가족 내에서의 가치관 또는 문화와 환경적 차이로 인한 생활방식의 차이 등에서 야기되는 배우자와의 갈등을 들 수 있으며, 경제적인 어려움, 배우자의 가족들과의 갈등, 유교적인 가족문화에 대한 반감, 자녀의 양육 및 자녀교육에 고민 등이 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이 뽑은 가장 큰 문화 적응의 방해 요소는 결혼 전에 알고 있던 정보와 결혼 후 알게 된 정보 사이의 괴리,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많은 배우자와의 나이 차이 등을 꼽았다. 이에 따른 영향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에는 다문화가정의 이혼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새로운 사회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국제결혼 가구의 이혼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되었는데, 이는 이들 이주여성이 한국의 유교적인 가족문화에 적응하는데 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더불어 과도한 집안일, 결혼이주여성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진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제결혼가정의 높아지는 이혼율은 이주여성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신속한 사회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한편 이주민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것은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국가 내부의 정치적 상황은 물론 상대국 간 관계, 더 나아가 국가의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써, 미국의 9.11 테레사건 이후 크게 변화된 이민정책 기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이민에 대한 특징적인 변화는 단적으로 우리나라의 이민정책 기조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단순히 이민자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수준의 기존 방식으로 이주민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뚜렷한 한계가 있으며, 앞으로 이주민 문제에 대한 정책과 서비스를 새로이 구축하고자 할 때는 다각도의 관점과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개국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고, 다양한 이유로 현재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의 수가 이미 백만 명을 넘어섰으며, 체류 외국인의 출생 국가 역시 100여 개국을 훨씬 웃돌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앞으로 다인종사회로서 충분한 사회적 구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이민정책과의 관계를 우선하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캐슬과 밀러'는 국가가 이주 정책을 실시하면서 이주민을 수용하는 태도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이를 '무 이민-제한 이민-자유이민'이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이민 정책별로 알맞은 형태의 사회통합 관점으로 '차별모형'과 '동화모형','다문화주의 모형'으로 묶어 일반화하였다. 그런 다음, 정책별로 적합한 사회통합의 관점을 제안하였는데, '캐슬과 밀러'의 의견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동화모형'에 가장 근접하며, 우리나라가 더 나아가 '다문화주의 모형'에 적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유이민이 가능한 나라여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호주와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한정적으로 이주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동화모형'의 나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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